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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토이 콘서트 'Da capo'

4월 3일 금요일 

토이 콘서트에 다녀왔다.


1. 

지금으로부터 15년전, 열네살때 처음으로 들었던 토이의 4집 그리고 아마 열다섯살 때 나왔던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들었던 토이의 5집 페르마타. 군대에 가기전에 나왔던 6집, 얼마전에 나온 7집까지...

이제 내인생의 반절 이상을 그의 음악과 그의 이야기와 함께해왔다. 

그의 말대로 세월의 두께를 함께 견뎌온 것이다. 


그리고 그 어느때보다 힘들게 힘들게 삶을, 하루를 버티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이 순간

토이 콘서트에 가고 말았다. 

그가 '취한밤'을 부르기전 해주던 이야기가 얼마나 뭉클하던지...

괜찮다고, 늦지 않았다고, 잘해왔다고 우리 아프지만 말자고...

이어지는 노래 무한도전 가요제때 만들었던 '그래, 우리 함께' 


그래 괜찮아 잘해온 거야

그 힘겨운 하루 버티며 살아낸 거야

지지마 지켜왔던 꿈들

이게 전부는 아닐 거야

웃는 날 꼭 올 거야


괜찮아 잘해온 거야

길 떠나 헤매는 오늘은 흔적이 될 거야

시원한 바람 불어오면

우리 좋은 애길 나누자 시간을 함께 걷자

그게 너여서 좋아

그래 우리 함께


후렴구를 따라부르려는데 뜨거운게 올라왔다. 입을 열 수 없었다. 

정말 저 흔한 말에, 단순한 멜로디에 그렇게 돼 버렸다. 

함께온 친구는 그 음악을 들으며 크게 울었다. 

우린 정말 힘들게 버티며 살아낸 거다. 정말 힘들었던 거다. 

공연이 끝나고 많은 후기에 울었다는 글을 봤다. 

그가 그 말을 건내서 감동적이었던 걸까? 그의 진심이 느껴져서?

우린 이 힘든 시간을 지나오면서 어쩌면 그런 위로를 진심이 담긴 위로를 바랬는지도 모른다.

그 많은 술자리에서 누군가를 욕하고 회사에서 상처받고 가족들에게, 친구들에게 상처를 받을 때

아무에게라도 그런 말을 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정말 진지한 위로를 바란 것이다.


판단이 아니라 공감을 원한 것이다.

대안을 제시하는게 아니라 함께 울어주고 웃겨주기를 바란 것이다.

그것을 그가 해줬다. 


그날 정말 오랜만에 토이의 가사를 곱씹으며 그 따스한 맘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스케치북, 그래 우리 함께, 우리 등의 곡들이 가장 가슴에 남고 지금까지도 입에 맴돈다.


2. 

그날의 노래들을 기억하고 싶다.


라디오 천국

리셋

내가 남자친구라면

오늘 서울은 하루종일 맑음

여전히 아름다운지

거짓말 같은 시간

너의 바다에 머무네

취중진담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스케치북

본능적으로

취한밤

그래 우리 함께

여름날

세사람

소박했던 행복했던

모두 어디로 간걸까

하늘을 달리다 

좋은사람

뜨거운 안녕

그럴때마다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우리

you


놀라웠던건 

그렇게 지겹도록 들었던 취중진담이 새롭고 감동적이었다는 것.

김동률의 라이브는 음원보다 좋았고 

후렴구가 시작될때의 편곡이 압권이었다. 

오랜시간동안 김동률의 음악은 이제 지겹다, 멈췄다, 동어반복이다라고 생각했는데

그 동어 반복이 얼마나 깊고 진지한 것이었는지 깨달았다.

오랜만에 김동률의 음악을 다시 듣고 있다. 


유희열이 가사를 정말 잘 쓴다는 것을 새삼 느낌

그리고 정말 다양한 노래를 써왔구나 라는 것도...

앞으로 꼭 음악을 토이의 이름이 아니더라도

계속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강하게 들었다.

가능하다면

그가 좋아하는 하나뮤직의 음악을 해주었으면 한다.

여백이 많은 음악.

토이의 이름이 아니라 유희열의 이름으로 냈던 익숙한 그집앞, 여름날 앨범이 

그의 본연에 가장 가깝지 않을까?

하지만 어떤 모습으로든 음악을 계속 하길 

정말 부탁드립니다.


음악 그리고 그 따뜻한 말과 표정, 농담, 눈물 

모두 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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