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게 무엇인지.
자식의 도리는 무엇인지.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무엇인지.
죽어가는 부모에게 자식의 도리는 무엇인지.
할머니가 아흔두살이시다. 당연히 여기져기 많이 아프시다. 요양원과 집을 왔다가기를 계속 반복중이다. 처음에는 부모님이 요양원비를 모두 지불하시다 할머니 아들딸들 다섯명이 나눠서 내기로 했다. 단돈 60만원. 다섯명이니 12만원씩. 한달에 12만원. 요즘은 학원비 헬스클럽 이용비가 한달에 그정도 아닐까?
그 돈이 잘 모이지 않는다.
몇일전 할머니집에 갔을 때 tv가 나오지 않았다. 신청을 해야했다. 어버이날 엄마에게 그거좀 고치라고했다.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 일부러 고치지 않는거라고. 삼촌이 괴씸해서라고 했다....늘 삼촌은 나몰라라하고 아버지가 하기를 기다린다. 그런 삼촌은 변할리가 없다. 따라서 부모님이 tv를 고쳐주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아버지에게 그 말을 꺼내지 않았다. 아버지와 더 길게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하고 싶으면 내가 직접 하면 될일이다. 삼촌도 이모들도 할머니를 돌보지 않는다. 우리부모가 가장 많이 찾아뵈고 있다. 삼촌은 할머니의 재산을 거의 모두를 물려받았다. 그렇다고 그 돈을 다 내야할 의무는 없다. 그리고 삼촌이 그걸 다 물려받았다고 이모들이 그 돈을 내지 않는 것도 정당하지 않다. 각자 할머니에게 최선을 다하는걸까? 다 너무도 바쁜걸까?
엄마가 매직행주(매직블럭처럼 물을 뭍혀서 닦으면 다 지워지는)를 잔뜩 샀다. 걸레로 바닥을 닦고 빨려고 하는데 버리라고 했다. 내가 그래도 쓸 곳이 있겠지 라고 하자 바빠죽겠는데 언제 빨아서 쓰냐고 했다. 나는 그런식으로 하다간 지구가 바빠질거라고 했다.(좀 멋있는 말 같다.)
모두 바빠 죽겠는걸까?
엄마가 여름에 가족여행을 가자고 카톡을 보냈다. 사실 같이 가기 싫다. 물론 가면 좋기도 하겠지만 귀찮은 마음이 앞선다.
가족이라는게 무얼까? 친척이라는게 무얼까?
나를 있게해준 사람들. 내게 조건없는 사랑을 준 사람들. 우리는 그 조건없는 사랑에 보답을 해야만 할까? 나이를 먹을수록 엄마, 아빠라는 단어에 그들의 뒷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지는건 왜일까?
그저 가장 가깝고 편한 사람들이면 좋겠다. 내 모든걸 털어놓을 수 있고 그들도 그러하면 좋겠다. 정말 가까운 친구같은 존재. 나는 가족들과 그렇게 지내지 못하고 있다. 내가 가족들 중에서 유별나다고 생각하고 어느 부분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왠지 그들 앞에선 쑥쓰러울 때도 있다. 동시에 잔소리꾼이고 이상한 주장을 해댄다. 정말 강하게 내 생각을 내세우고 그것이 옳다고 크게 외친다. 그게 내 진짜 모습일테지... 늘 사람들 앞에서 부끄러워하고 동시에 내 생각을 말하고 싶어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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