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입은 옷 the clothing of books
줌파 라히리 Jhumpa Lahiri
이승수 옮김
마음산책
글 쓰는 과정이 꿈이라면 표지는 꿈에서 깨는 것이다.
내용에 걸맞는 표지는 내 말이 세상을 걸어가는 동안, 독자들과 만나러 가는 동안
내 말을 감싸주는 우아하고 따뜻하며 예쁜 외투 같다.
잘못된 표지는 거추장스럽고 숨 막히는 옷이다. 아니면 너무 작아 몸에 맞지 않는 스웨터다.
아름다운 표지는 기쁨을 준다. 내 말을 귀기울여 듣고 이해해주는 느낌이다.
보기 흉한 표지는 날 싫어하는 적 같다.
생각할수록 표지가 일종의 번역, 내 말을 다른 언어로 해석한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표지는 내 말을 만지고 내 말에 옷을 입힌다.
표지에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싣는 건 적절치 않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독자가 내 책에서 만나는 첫 단어는 내가 쓴 말이길 원한다.
이탈리아의 아델피(Adelphi) 출판사의 책들. 우아하다.
콩나물 같기도 식물 같기도 사람 같기도 한 로고가 마음에 든다.
Richard Baker의 그림들.
Giorgio Morandi
줌파라히리가 본인의 책에 옷을 입힐 수 있다면, 기꺼이 선택하겠다고 했던 모란디의 정물화.
그녀의 글을 닮았다. 정적이고 단순하며 무심한듯 따스하다.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이탈리아판 표지
그녀의 책 표지 중 단연 으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