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
오은
가로등은 세로로 서 있지
2차원을 뚫고 나오는 그 안간힘이
가로등을 완성시켜주지
그래도 뭔가 부족해서
낙엽은 꼭 그 아래서만 맴돌지
길가를 수놓는 것은 발바닥의 몫
발자국은 횡설수설로 나 있지
집을 향한 그 집념이
발자국을 완성시켜주지
누군가 발끝을 스치기라도 하면
바스락바스락
낙엽은 가까스로 몸을 옹그리지
더 마를 수 없을 때까지
몸이 무너지면 마음이 무너지지
할 수 없는 일
하면 안 되는 일
할 수 있는데 하면 안 되는 일
일은 말 그대로 하나같이
절로 해결되지 않아서
마음이 먼저 무거워지지
몸은 바짝바짝 말라가지
마음과 몸이 기울어지는 동안
대책을 세울 그릇은 꽉 차고
정작 대책 없이 마음은 무너지고 마는 거지
마음이 무너지면 덩달아 몸도 무너지지
늑골이 켜켜이 내려앉는 소리와 함께
인간은 겨우 완성되지
발자국은 발이 그리워
고인 곳을 찾아 실감 나게 서성이고
[출처] [詩] 오은, 「구멍」『유에서 유』|작성자 류노스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