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의 음악
#1
그녀와 풍월당에 갔다.
이런 공간이 우리나라에 있다니...
이런 공간을 만들고 지키고 가꾸어준
그 곳의 사람들과 그 곳을 이용한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아마 가끔씩 오래오래 가게 될 것 같다.
앉아서 풍월당 대표 박성호 씨의 책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3권 중에서
쇼팽의 녹턴부분을 읽었다.
그의 해석에 끌려 루빈스타인Arthur Rubinstein의
녹턴 CD를 집어들었고 그녀가 내게 선물해주었다.
그리고 지금 방은 여름 공기와 대성형님이 준 초의 향과 녹턴으로 가득하다.
쇼팽의 녹턴 21곡은 한꺼번에 작곡되지 않았기 때문에, 작품 번호가 일일이 매겨져 있다. 즉 작품 9에 9-1, 9-2, 9-3의 세 곡이 있고, 작품 15에 세 곡이 있다. 이어 작품27, 32, 37, 48, 55, 62에 각기 두 곡씩 있으며, 27-1과 같은 식으로 불린다. 마지막에 열외로 세 곡이 더 추가되어서 모두 21곡이다. 그러므로 각 곡의 번호는 부르기에는 조금 복잡했다. 최근에는 전체에 일렬번호를 매겨서 제 1번부터 제 21번으로도 부르지만, 아직은 두 가지 번호를 함께 쓴다.
제 1곡 B플랫단조 작품9-1은 녹턴들의 시작을 알리는 적절한 곡으로서, 녹턴의 서정을 대변한다. 라르게토로 느리게 움직이다가 높은 곳에 올라간 후 듣는 이의 가슴에 물방울을 튕기듯이 아르페지오의 하강음으로 내려온다. 제 2곡 E플랫장조 작품 9-2는 아마 녹턴들 가운데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곡일 것이다. 아다지오지만 하염없이 느린 것이 아니라, 한 음 한 음 꾹꾹 누르면서 작지만 확실하고 굳건한 평화를 들려준다.
제 5곡 F샤프장조 작품 15-2는 고즈넉하고 여유가 넘치는 멋진 곡이다. 슬플 듯 슬플 듯하면서도 어떤 비장함의 핵심을 살짝 비껴가는 정서가 이 곡의 매력이다. 중간에 화려한 꾸밈음은 과하다 싶기도 하다. 제 8곡 D 플랫장조 작품27-2 역시 무척 깊은 정서로 듣는 이를 침참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아주 느리게 치되 충분히 길이를 늘여서 치라는 레노 소스테누토의 악상 용어처럼, 그대로 흘러가면서도 두텁고 짙은 질감을 전해준다. 제 10곡 A플랫장조 작품 32-2는 마치 꿈나라로 들어가는 듯 몽록하고도 아름다운 환상의 곡이다. 이와 비슷하게 밤의 느낌을 확실하게 내는 것이 제 13번 C단조 48-1이다. 제 12번 G장조 작품37-2는 별나라에서 지구에 은하수를 털 듯이 별들이 찬란하게 떨어져내리는 기분이다. 제 15번 F단조 작품 55-1 역시 고전적인 명녹턴의 하나로서 안단테의 미학이다.
제 19번 E단조 작품 포스트 72-1은 마치 가요처럼 큰 물결이 출렁거리는 곡이다. 어쩌면 녹턴 21곡들 중에서 가장 신파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사와 인간의 심정을 아는 피아노가 대신 노래해주는 느낌이라 나는 좋아한다. 제 20번 C샤프단조 역시 유명한 곡인데, '렌토 콘 그란 에스프레시오네'라는 긴 장식 말은 '큰 표현력으로 아주 느리게'연주해 달라는 뜻이다. 마지막 제 21곡 C단조는 비교적 단정한 곡조로 녹턴 전체를 마무리한다.
녹턴의 대명사는 뭐니 뭐니 해도 아르투르 루빈스타인Arthur Rubinstein이다.
박성호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3> 중에서
루빈스타인 아저씨 구글링해서 찾은 사진. 넉넉한 웃음을 지닌 분.. 이런 표정도 지을줄 아시는걸 보면 정말 멋진 아저씨였을 것 같다.
#2
그녀와 약수로 가는 버스를 타고가던 길, 버스에서 어떤날의 <그런 날에는>이 흘러나왔다.
그 음악을 시작으로 어떤날을 존경하는 유희열의 하나뮤직시절 음악, 유희열이 또 존경하는
윤상의 음악, 윤상의 <여름밤의 꿈>의 여러 버전과 여름밤을 떠올리는 다른 가수들의 음악을
들었다. 충만하고 반짝거리는 여름밤이다.
1. 그런 날에는 - 어떤날
2. 내 마음속에 - 토이(feat.조규찬)
3. 우리 - 이병우
4. 우리 - 전람회
5. 여름밤의 꿈 - 김건모
6. 여름밤의 꿈 - 아이유
7. 여름밤의 꿈 - 윤상
8. 한여름밤의 꿈 - 김동률
9. 햇살은 따뜻해 - 루시드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