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나는 농담이다

miincheol 2016. 9. 4. 15:51



수직
직선
위아래
우주는 위아래가 없다는 것


이쪽 세계와 저쪽 세계
우주와 지구
사과의 이쪽과 저쪽
이일영과 송우영
하나님이 만든 세계와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


농담


처음읽은 김중혁의 소설이다.
처음이지만 익숙하게 느껴지는건 오랫동안 빨간책방을 통해서 그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농담이다 이 소설에는 내가 알고있는 김중혁이 그대로 들어있다. 그래서 기뻤다.

김중혁하면 표지를 빼놓을수가 없을 것이다. 표지가 좋다. 민음사의 젊은 작가 시리즈 표지들이 다 좋다. 김중혁 스스로가 소설리스트에서 좋은 북디자인으로 꼽기도 했는데 이 소설을 이 시리즈로 낸 것은 순전히 이 디자인의 책을 갖고 싶은 그의 욕심이 아니었을까 하고 조심스레 예상도 하게된다.

표지의 그림도 소설과 무척 잘 어울린다. 스탠드업 코미디언 송우영이 얘기한 회백색 정액이 생각나기도 한다. 내지 디자인도 분명 염두해두고 책을 쓰지 않았을까? 이일영의 독백부분을 우주 배경으로 한 것은 좋은 선택이다.

우주를 부유하는 이일영 그리고 그의 목소리는 바닷속의 아이들을 떠오르게 한다. 이 책은 세월호에 대한 현대의 대한민국에 대한 이야기로 볼 수도 있다. 조물주에게 불평하는 걸 통해서도 그것을 짐작할수 있다. 누군가를 위로할때 옆에서 지켜주기만 할수도 있고 같이 울어줄수도 있다. 그리고 터무늬없는 말을 할 수도 있다. 농담을 하는 사람도 있다. 김중혁은 농담을 통해 위로의 말을 건내는 듯하다. 그리고 농담이 위로에 그리고 이 삶을 견뎌내는데 꽤나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그래비티의 조지 클루니가 생각나기도 한다.

수직의 이미지 위아래의 이미지가 많이 쓰였다. 먼저 스탠딩 코미디언. 서있는 이미지.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리는 강차연. 남자의 그것도 서고. 우주에 나가면 좋은점이 위아래가 없어진다는 점.



뭐 좋다. 마음에 든다.
멀끔한 그레이 수트에 귀여운 스니커즈를 매치해 입은 유머러스한 청년같은 소설이다. 긍정적이고 희망를
잃지 않고 위로의 말을 건내기 전에 농담을 던져서 울음을 멈추게 해줄 것 같은 청년말이다. 길이도 디자인도 말하고자 하는 것도 마음에 든다.

최고의 페이지는 94, 95페이지. 그래비티의 책 버전같다.
우주를 잘 담아냈다.

농담이란 어쩌면 이런 우주의 여백을 만들어주는 것 아닐까? 별 의미없는 것 같지만 긴장한 이가 다소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싸움이 일어나려 할때 피식 웃어버려서 전투의 의지를 잃게 만드는 어떤 힘... 뭐 그런 우주같은 여백.
무한하고 실없는 어떤 것.

제목도 좋다.
나는 농담이다.